5월 6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
하느님을 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유다인들의 믿음은(탈출 33.20 참조) 하
느님의 초월성과 인간의 한계성에 관하여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. 하느
님께서는 일찍이 예언자들과 성경을 통하여 인간에게 말씀하셨고, 때가 차
자 외아드님을 통하여 당신을 온전히 계시하셨습니다.
필립보는 “나를 알게 된 이는 아버지를 이미 뵌 것이다.”라고 말씀하시는
주님께 아버지를 뵐 수 있게 하여 달라고 청합니다. 지금껏 주님께서 아버지
와 이루시는 일치에 대하여 가르치신 것이 참으로 무색해 집니다. 주님께서
오천 명을 먹일 빵을 ‘어디서’(주님에게서)구할 수 있는지 물으셨을 때도 필립
보는 ‘얼마’(이백 데나니온)가 필요하다며 동문서답합니다(요한 6.5-7 참조). 필
립보는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 열망과, 주님께 모여든 이들을 모두 배불리고
싶은 열정을 지닌 훌륭한 제자지만, 여전히 자기 생각과 기준에서 자유롭지
못합니다. 요한 복음서에서 ‘중분하다’(동사‘ 아르케오)는 표현은 두 번만 나오
는데(6.7; 14.8 참조), 모두 필립보가 한 말입니다. 그런데 아버지를 뵙기만 하
면 ‘충분하다’고, 이백 데나니온은 되어야 ‘충분하겠다’는 그의 기준은 매번
주님의 뜻과 달랐습니다. 자신이 이해하고 만족하는 방법으로만 주님을 찾
는 자는 진리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참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.
제1독서는 자기 생각에 갇혀 진리를 고집스럽게 밀어낸 유다인들과, 열
린 마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기쁘게 살며 주님을 찬양하기 시작한 이방인
들의 서로 어긋난 모습을 전합니다. 요즘 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? 산란한
마음에 머물지 않고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기 시작할 때, 우리의 바람은 자
연스럽게 그분의 뜻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